전기차는 어떻게 달릴까 — 모터·인버터·감속기 쉽게 이해하기
보닛을 열어도 엔진이 없는 차는 어떻게 달릴까요? 전기차 구동계는 내연차보다 부품이 압도적으로 적고, 원리도 사실 더 단순합니다. 네 가지 부품의 역할만 알면 끝납니다.
구동계 4대 부품의 역할 분담
- 배터리 — 에너지 창고. 직류(DC) 전기를 저장합니다.
- 인버터 — 지휘자. 배터리의 직류를 모터가 쓰는 교류(AC)로 바꾸고, 그 주파수와 전류를 조절해 모터의 회전수와 힘을 제어합니다. 가속페달을 밟는 것은 사실 인버터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입니다.
- 모터 — 근육. 전자석의 회전 자기장으로 회전력을 만듭니다. 내연기관과 달리 정지 상태에서도 최대 토크를 낼 수 있어,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가속이 나옵니다.
- 감속기 — 기어 하나짜리 변속기. 모터의 빠른 회전(수천~1만 rpm 이상)을 바퀴에 맞는 속도로 줄이고 토크를 키웁니다.
왜 변속기가 없을까?
내연기관은 힘을 잘 내는 회전수 구간이 좁아, 여러 단의 기어로 그 구간을 억지로 유지해야 합니다. 반면 모터는 0회전부터 아주 높은 회전수까지 넓은 구간에서 효율적으로 힘을 냅니다. 그래서 기어 하나(감속기)로 충분하고, 변속 충격이 없는 매끄러운 가속이 가능합니다. 부품이 줄어드니 고장 포인트와 정비 항목이 줄어드는 것은 덤입니다.
모터가 발전기가 되는 순간 — 회생제동
모터와 발전기는 물리적으로 같은 기계입니다. 전기를 넣으면 회전(모터)하고, 돌려주면 전기가 나옵니다(발전기). 감속할 때 차는 인버터의 제어로 모터를 발전기 모드로 전환해, 버려질 운동에너지를 배터리로 회수합니다. 이것이 회생제동이고, 전기차 효율의 숨은 주역입니다.
내연차와의 효율 차이는 어디서 올까
내연기관은 연료 에너지의 30~40%만 바퀴로 전달하고 나머지를 열로 버립니다. 전기 구동계는 배터리에서 바퀴까지 85~90% 이상의 효율을 냅니다. 같은 에너지로 두 배 이상을 달리는 셈이고, 연료비 차이의 물리적 근원이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겨울 난방처럼 열이 필요한 순간에는 ‘버리는 열이 없다’는 장점이 단점으로 뒤집힌다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전기차끼리도 이만큼 다릅니다
구동계 효율이 85~90%라고 해서 모든 전기차가 같은 거리를 가는 것은 아닙니다. 인증 상온 주행거리를 배터리 용량으로 나눈 값, 즉 전비를 국내 전기승용 107개 모델에 대해 계산해 봤습니다.
가장 높은 EV4 롱레인지 2WD 17인치가 6.74km/kWh, 가장 낮은 EV9 GT가 4.22km/kWh로 1.6배 차이가 납니다. 구동계 효율은 비슷한데도 이만큼 벌어지는 이유는 모터 바깥에 있습니다. 차체 무게, 공기저항, 타이어 폭, 구동 방식(2WD·4WD)이 전비를 좌우합니다.
배터리 용량을 비슷하게 맞춰 놓고 비교하면 더 분명합니다. 75~85kWh 구간에 든 54개 모델의 인증 주행거리는 370km에서 551km까지 벌어집니다. 거의 같은 크기의 배터리를 싣고도 181km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짧은 쪽은 승합형, 긴 쪽은 공력이 유리한 세단형이라는 점이 그 차이의 성격을 잘 보여 줍니다.
그래서 전기차를 고를 때 배터리 용량(kWh)만 보는 것은 절반짜리 비교입니다. 실제로 얼마나 가는지는 주행거리·전비 계산기에서 차종을 골라 인증값으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